카테고리 없음 / / 2023. 4. 13. 09:38

임금이 총애의 표시로 내린 보물, 귤

반응형

귤 사진

임금의 총애의 표시로 내려진 보물이었던 귤 이야기이다. 서양에는 오렌지, 동양에는 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귤과 감귤과 밀감, 그리고 서양 귤에 대한 이야기와 너무 귀해서 겪은 수탈의 역사 이야기, 귀한 귤에 대한 끝없는 예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양의 오렌지, 동양의 귤

귤과 오렌지는 분명히 다른 과일이다. 생김새부터 맛까지 차이가 많다. 하지만 족보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식물 분류, 다시 말해 유전적으로 보면 남매 사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귤의 모체는 만다린 오렌지와 포멜로의 교배종이다. 어쨌거나 귤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에서 주로 자라는 과일이다. 하지만 원산지는 아시아 남부로 추정된다. 귤이 진작부터 중원에 알려진 것은 맞지만, 재 지역이 제한되었기에 3세기 무렵에도 상류층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귀중한 과일이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품종개량과 진화를 통해 7~9세기 당나라 때 획기적인 신품종 온주 밀감이 나왔고 재배지 또하 절강성 온주를 넘어 하남성과 강소성을 흐르는 회하 이남까지 확대됐다. 회하는 강남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된다는 속담에 나오는, 강남과 강북을 가르는 기존이 되는 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부터 제주도 등지에서 자생했는지 혹은 중국 남부나 동남아를 통해 전해졌는지 여부는 기록이 없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늦어도 삼국시대에는 이미 옛날탐라인 제주도에서 귤을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귤과 감귤과 밀감, 그리고 서양 귤

귤은 무슨 뜻일까? 귤을 또 다른 말로는 감귤, 밀감이라고 하는데 헷갈린다. 많은 경우 귤과 감귤, 그리고 밀감을 별 구분 없이 쓰지만 이 세가지 이름은 각각의 의미가 따로 있다. 먼저 귤은 얼핏 순우리말 같지만 실은 한자이다. 귤은 나무에 황금알이 열매처럼 달린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라고도 풀이한다. 당시 귤은 하늘나라 신선이나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고 귤 1개 값이 황금알에 버금갈 정도로 귀한 열매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감귤은 무슨 뜻일까? 귤 중에서도 감처럼 동그랗고 예쁜 귤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런 뜻이 아니다. 감귤은 감이라는 과일과 귤이라는 과일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감과 귤은 비슷한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른 과일이다. 더군다 가을철 과일인 감, 한자로 홍시, 연시라고 할 때의 그 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실 지금은 전문가조차도 감과 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감과 귤 사이에 숱한 교배가 이루어지면서 지금 먹는 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감귤에는 모두 27종이 있으며 이중 감이 8종, 귤이 14종이 있다고 했다. 나머지는 오렌지, 유자 종류라는 것이다. 감과 귤의 이름에는 차이가 있다. 귤이 나무에 상서로운 꽃구름이 달린 것 같은 황홀한 열매라는 뜻이고, 감은 나무 목에 달 감으로 이뤄진 글자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달콤한 열매가 열리는 나무라는 단순한 의미에 불과하지만 고대의 기준으로 보면 그 뜻이 또 달라진다. 고대에서는 단맛이 비싸고 귀해서 아무나 맛볼 수 없는 맛이었기에 단맛의 대표인 꿀이 들어간 음식은 약으로 통했다. 그래서 꿀로 버무린 밥을 약식, 꿀로 버무린 과자를 약과라고 불렀던 것이다. 또 밀감은 꿀 밀에 감 자를 쓴다. 그렇지 않아도 달디달아서 감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여기에 더해 꿀처럼 달다는 형용사가 붙은 것이 밀감이다. 밀감은 감 중에서도 7~9세기 당나라 때 발견된 신품종 과일이다. 당나라 때부터 황제한테 바치는 공물로 이름을 떨쳤다. 감의 한 품종임에도 밀감이 감귤의 대명사처럼 불리게 된 것은 지금 먹는 귤 종류 대부분이 온주 밀감을 바탕으로 품종개량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서양은 오렌지가 중심이지만 귤도 있다. 특히 요즘 미국 마트에서는 다양한 귤 종류를 볼 수 있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귤을 무엇이라고 할까? 품종에 따라 만다린 오렌지, 탠저린, 클레멘타인, 사츠마 오렌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만다린 오렌지는 중국 오렌지라는 뜻으로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인 감귤 원 품종과 같은 이름이다. 아시아에서 전해진 감귤이라는 의미다. 영어 귤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탠저린은 엉뚱하게도 지명에서 비롯됐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항구도시 탄제르가 어원이다. 귤이 19세기 초, 이 항구를 통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퍼졌기 때문이다. 클레멘타인은 동화에 나오는 여자아이 이름 같아 꽤나 그럴듯한 유래가 있을 것 같지만, 고아원을 운영하던 선교사의 정원에서 발견된 품종이기에 선교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사츠마 오렌지는 일본 지명에서 비롯됐다. 이렇게 귤의 영어 이름은 전해진 지명이나 인명에서 비롯됐으니 동양의 감귤과 달리 신비하고 맛있는 과일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렌지나 레몬과 다르게 그만큼 늦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너무 귀해서 겪은 수탈의 역사

지금은 귤이 겨울철 가장 흔한 과일이 됐지만 예전에는 달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꿈의 과일이고 황금 열매였다. 세월을 거슬러 조선시대에는 귤 먹는 날이 잔칫날이었다. 제주도에서 보낸 귤이 한양에 도착한 것을 기념해 과거시험까지 봤을 정도다. 그러니 제주도에서 귤이 도착하면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1년에 한 번 귀중한 과일인 귤을 맛볼 수 있는 데다가 임금의 총애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부터 귤은 임금이 신하들에게 은총을 베푸는 통치의 도구로 활용됐다. 규은 귀했던 만큼 수탈의 대상이기도 했다. 성종 20년 제주도 백성 중에 감귤나무를 가진 자가 있으면, 수령이 열매가 달렸건 달리지 않았건 귤을 거두려고 괴롭혔기에 백성들이 견딜 수 없어 나무를 베고 뿌리까지 없애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명종 20년에도 현지 수령이 지나치게 귤을 거두어 문제가 됐다. 신임 목사 이선원이 탐욕스럽고 포악해서 민간의 감귤나무를 관에서 빼앗고 열매도 함부로 거두어들이니 ㅂㄱ성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데다 거둔 귤을 한양ㅇ로 보내 승진운동을 하고 있으니 파직해야 한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하지만 명종은 파직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교체 인사를 하라고 명령한다. 제주도에서 귤을 수탈하는 것은 현지 수령 탓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금이 무리한 요구를 했기에 현지에서 그 몇 배로 수탈을 했던 측면도 있다. 연산군 8년 3월 11일, 임금이 현지의 제주목사에게 귤 철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귤을 보내라고 독촉을 한다. 비록 귤이 열리는 철은 지났지만 따서 저장해 놓은 것이 있으면 봉하여 올리고 나무에 달린 것이 있으면 가지에 붙어있는 채로 올려 보내라는 것이다.

귀한 귤을 향한 끝없는 예찬

귤은 귀한 과일이었다. 중국의 수양제도 귤껍질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활용한 인물이다. 7세기 생선회에 곁들여 먹는 최고급 양념장으로 금제라는 소스가 있었다. 역사상 이름난 폭군으로 사치와 향락에 빠져 지냈던 수양제가 아주 좋아했다는 양념장이다. 금제라는 소스가 대단한 산해진미일 것 같지만 실은 귤껍질을 다져 겨자와 함께 무쳐 놓은 것이다. 심지어 귤껍질까지도 소중한 약재로 사용됐다. 7세기 무렵에도 껍질까지 약재로 쓰고 황제가 먹는 양념 소스로 사용했을 정도였으니, 그보다 약 700년 앞선 기원전 3~4세기 춘추전국시대에는 귤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과일로 이름을 떨쳤다. 옛날이네느 귤이 흔한 과일이 아니었기에 중국 고사에는 귤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많다. 그중 '감귤천수'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후손을 위해 천 그루의 귤나무를 심었다는 뜻이다. 삼국시대에 오나라 단양태수 이형이 자손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귤나무 묘목 천 그루를 심어 남겨주었다. 전란이 잦았던 시기였던 만큼 부자들은 재물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었지만 이형의 후손은 재물과 현금이 없었기에 불상사를 겪지 않고 무사히 전쟁을 넘겼다. 이윽고 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서 자자손손 후손들이 부자로 살았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졸업시킬 수 있어 귤을 대학나무라고도 불렀던 것과 마찬가지다. 고대 중국에서 귤의 위상을 보면 삼국시대에 귤나무 천 그루는 거의 재벌 수준의 자산 가치였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귤을 먹으면 손이 노래지는 이유

귤을 많이 먹다 보면 손끝이 노래지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귤에 풍부한 베타카로틴 성분이 몸속에 과다 축적되면서 피부에 색소 침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면역력 강화, 눈 건강 보호, 항산화 효과 등 다양한 이점을 주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액을 통해 피부에 쌓여 일시적으로 카로틴혈증이라는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이 현상은 주로 손바닥, 발바닥, 코, 귀 주변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며, 간 기능 이상으로 인한 황달과 달리 눈 흰자는 변하지 않으며 건강에 해롭지 않다. 하루 10개 이상 귤을 장기간 섭취하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귤 섭취를 줄이면 1~2주 내로 자연스럽게 원래 피부색으로 돌아온다.

귤을 던지면 부자가 된다

옛 중국에서는 귤이 부와 길운을 상징하는 과일로 여겨졌으며, 특히 설날(춘절)에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귤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었다. 이는 귤의 중국어 발음 "쥐"가 행운과 번영을 불러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광둥 지역에서는 귤을 주고받는 것이 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일부 지역에서는 귤을 공중에 던지거나 굴리면 복과 재물이 굴러온다는 속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특히 홍콩과 대만에서는 결혼식이나 개업식에서 귤을 바닥에 굴려 행운을 비는 풍습이 있으며, 구정기간에는 귤을 문 앞이나 집안 곳곳에 두어 재물운을 높이는 부적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덕분에 귤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재물과 행운을 부르는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귤을 나누며 부자가 되기를 기원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