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2. 11. 23. 22:32

신맛 때문에 최고가 된,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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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러운 매실

신맛 때문에 최고가 된 매실이다. 동양 최초의 조미료, 임금님이 내려주는 여름 보양 음료, 전시물자로 널리 퍼진 우메보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양 최초의 조미료

매실은 우리한테 아주 쓸모가 많은 열매다. 음식 맛을 내는 데 쓰는 매실청에서부터 매실차, 매실 잼과 반찬으로 먹는 매실 장아찌에 이르기까지 친숙하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부분도 있다. 너무 시어서 과일로 직접 먹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학문적으로 정의하면 매실도 당연히 과일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매실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 중 하나이다. 앞서 계속 이야기한 것처럼,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집인 『산해경』에 산에 매화나무가 가득하다는 내용이 보인다. 매실은 복숭아, 자두, 살구와 함께 고대로부터 동야에서 자생했던, 그래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과일이었다.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던 데다 신맛이 강하게 나는 매실은 다른 과일과는 또 다른 용도로 쓰였다.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가 됐던 것이다. 매실은 소금과 함께 인류 최초, 동양 최초의 조미료였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에는 상나라 왕 무정이 부열에게 재상을 맡기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나온다. "내가 술과 단술을 만들면 너를 누룩과 엿기름으로 삼을 것이고, 내가 국을 요리하거든 네가 소금과 매실이 되어라." 태평성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금과 매실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던 것인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성경 구절과 비교했을 때 빛에 해당하는 것이 매실이었다. 옛날에는 매실이 평범한 조미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한 이유다.

임금님이 내려주는 여름 보양 음료

이밖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사 곳곳에서 매실이 특별하게 쓰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삼국시대 때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멀리 원정을 떠났다. 행군 도중 물이 떨어져 병사들이 고통을 겪자 말채찍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앞에 넓은 매실나무 숲이 있다. 나무에 열린 매실이 시고도 달아 우리 목을 축이기에 충분할 것이니 잠시만 참고 힘을 내자." 이 말을 들은 병사들이 매실의 신맛을 떠올리자 입안에 침이 돌아 갈증을 잊었고 곧이어 물을 찾아 목마름을 해소했다고 한다. 매실을 떠올리며 갈증을 멈춘다는 '망매지갈'의 고사로 『세설신어』에 나온다. 원래는 조조의 간사함을 비판하면서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원하는 목적을 이룬다는 뜻으로 쓰이는 고사지만, 어쨌거나 매실을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확실히 매실은 갈증을 해소하고 열을 내려주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임금님이 특별한 날에 내려주는 약효 뛰어난 하사품이 되기도 했다. 해마다 단오 이후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임금이 궁중 약국인 내의원에 제조를 명해서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제호탕'이 그것이다. 『국조보감』에는 정조가 여름이면 제호탕과 함께 생강과 계피로 환약을 만들어 "특별히 더위를 씻게 하려는 것이니 여러 사람과 나누어 먹으라"며 하사했다고 적혀있다. 조선에 왔던 일본 사신이 제호탕을 한 번 맛보고는 평생 그 맛을 잊지 못했다는 기록도 있다. 제호탕이 도대체 어떤 음료이기에 한 사발 얻어 마신 사람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토록 감격해했을까? 제호탕을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최대한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매실차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지금 시중에 파는 매실차는 물론, 집에서 매실청으로 만든 매실차와도 많이 다르다. 훨씬 고급이다. 단순히 값비싼 정도가 아니라 차원이 다르다. 오매에 사인, 백단, 초과, 사향을 곱게 빻은 가루를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음료이기 때문이다. 매실은 덜 익은 매실인 청매에서부터 잘 익은 황매, 훈제해 만드는 오매, 소금이나 볕에 말려 만드는 백매에 이르기까지 용도에 따라 이용 방법이 다양한데, 모두 성질이 평순하고 맛이 시며 갈증과 열을 없애준다고 나온다. 현대식으로 풀이하면 매실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그 속에 포함된 구연산은 해독과 살균작용, 사과산은 신맛이 강해 피로 해소와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름에 마시면 갈증도 해소하지만 위와 장을 튼튼히 해 근본적으로 여름철 더위를 견디게 해 주는데, 얼마나 시원한지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여서 이름까지 '제호탕'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전시물자로 널리 퍼진 우메보시

매실에 연기를 씌워 훈제한 검은 매실인 오매는 다른 최고급 약재와 함께 제호탕의 원료로 썼지만, 소금에 절이거나 햇볕에 말린 하얀 매실 백매는 음식 맛을 내거나 밥 먹을 때 입맛을 돋우는 반찬으로도 썼다. 일본에서 많이 먹는 매실 절임인 우메보시도 소금에 절여 만든 매실이니까 백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우메보시를 즐겨 먹고 널리 퍼진 이유는 일본의 환경과 관계가 깊다. 매실에는 살균과 방부효과가 있기 때문에 밥 위에 올려놓으면 밥과 반찬이 쉽게 상하지 않고, 생선 요리에 넣으면 비린내가 사라지면서 맛이 깔끔해진다. 때문에 일본의 습한 기후에 적합한 절임 식품이 바로 우메보시라는 것이다. 13~14세기 일본에서 무신정권이 들어선 가마쿠라 시대에 무사 계층에서 우메보시가 널리 퍼졌다. 무인의 밥상에 반드시 올리는 반찬, 그리고 전쟁에 출전할 때 휴대하는 식품으로 널리 퍼졌기에, 우메보시는 행운을 부르는 음식으로도 인식되었다. 동시에 이 무렵 승려들이 차를 마실 때 차와 곁들여 먹는 다과로 우메보시를 먹었다니까 매실 절임은 여전히 상류층의 고급 음식이었다. 일본에서 절인 매실 장아찌인 우메보시가 널리 퍼진 배경에는 이렇게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일본 적국시대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다 전국시대가 지나고 평화기인 에도시대에 접어들어서는 과거 일부 상류층이나 전시물자로만 먹던 매실 장아찌가 서민들 가정에도 널리 퍼지면서 일본의 국민 반찬으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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