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디저트의 꽃
케이크를 비롯해서 과일로 장식한 디저트 중에서 딸기로 꾸민 것들이 많다. 물론 딸기는 색깔이 빨갛고 선명한 데다가 생김새도 앙증맞고 귀엽다. 게다가 맛 또한 새콤달콤해서 디저트 소재로는 안성맞춤이다. 딸기 디저트 중에는 '황후의 딸기' 라는 디저트가 있다. 쌀로 만든 케이크를 달콤하게 코팅한 딸기와 휘핑크림으로 장식한 후 둘레를 다시 빨간 딸기로 꾸민 디저트다. 또 '스트로베리 차리나' 라는 디저트도 있다. 차리나는 러시아 황제인 차르의 부인을 칭하는 말이니, 러시아 버전 황후의 딸기다.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가운데 딸기를 올려놓고 주위를 생크림으로 장식한 것인데, 1820년 알렉산드르 황제의 요리사가 황후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로마노프라는 딸기 디저트도 있다. 로마노프는 옛 러시아 왕족 가문이니 러시아 왕실에서 먹던 디저트였음을 알 수 있다. 딸기를 오렌지주스에 차갑게 적신 후 크림으로 장식한 디저트다. 스트로베리 리츠라는 디저트는 핑크빛 퓌레와 크림으로 딸기를 장식한 디저트이다.
야생 딸기를 채집한 스파이
인류가 산딸기가 아닌 지금의 딸기를 먹은 역사는 불과 200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옛날에는 지금과 같은 딸기 대신 야생에서 자라는 산딸기 종류만 있었다. 딸기는 인공 교배로 생겨난 과일이다. 사람들이 야생 딸기 종류를 교배시켜 새롭게 만들어낸 품종이다. 뜬금없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딸기는 프랑스 스파이가 간첩활동을 열심히 했던 덕분에 생겨났다. 18세기 유럽 열강이 열심히 세력 다툼을 벌였기에 지금의 딸기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1712년, 프랑스의 식물학자라는 사람이 야생 딸기를 열심히 채집하고 관찰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관찰에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쉬지 않고 해안가를 샅샅이 뒤지며 야생 딸기 종자를 채집하고 기록했다. 이 프랑스 식물학자의 이름은 아메데 프랑수와 프레지어였다. 사실 프레지어의 진짜 직업은 교수나 학자가 아닌, 프랑스 육군 정보국 소속의 현역 중령이었다. 물론 아마추어 식물학자로서 야생 딸기와 관련해 학문적 조예가 깊었고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레지어가 칠레 야생 딸기를 관찰하면서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기록 중 많은 부분이 군사정보를 적은 암호였다. 프레이저 중령이 야생 딸기 종자를 열심히 관찰하고 채집했던 것은 스파이 활동을 들키지 않기 위한 위장술이었다. 이후 플지어 중령은 그동안 위장 활동으로 꼼꼼하게 관찰하고 스케치했던 칠레 해안가 토종 딸기와 관련된 책을 출판했다. 그리고 파리의 정원에 귀국할 때 가져온 칠레 토종 야생 딸기를 심게 된다.
귀족들의 정원을 장식했던 관상용 열매
원래 유럽에서 딸기는 먹는 과일이라기보다는 정원에 심는 관상용 열매에 더 가까웠다. 사실 먼 옛날부터 유럽에서는 딸기를 관상용 나무와 풀로 키웠다. 딸기를 살랑의 여신, 비너스의 열매라 부르곤 했는데, 생김새에 더해 딸기가 장미과의 작물이기에 그 연장선에서 사랑의 징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딸기는 또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열매였다. 열매에 많은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이미지는 지금도 유럽의 민속에 남아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첫날밤을 보낸 신혼부부가 이튿날 아침 딸기를 사우어크림과 곁들여 먹으면 사랑이 깊어지고 자손도 많이 낳는다고 믿는 풍속이 있다. 그러다 보니 딸기나무는 정원수로 인기가 높았다. 프레지어가 칠레 야생 딸기를 프랑스 파리로 가져온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칠레 야생 딸기에는 유럽에서 키우던 딸기나무와 완전히 다른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꽃이 크다는 점이다. 꽃이 크게 피는 만큼 열매 역시 계란만한 크기의 탐스런 열매를 맺었지만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온화한 칠레 해변 기후와 달리 사계절이 뚜렷한 프랑스에서는 풍토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잘 자라지도 못하고 열매도 제대로 맺지 못했다. 때문에 프레이저는 다른 야생 딸기와의 인공교배를 통해 품종개량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렇게 유럽의 식물학자와 정원사들이 다양한 종류의 야생 딸기를 갖고 품종 개량을 시도하는 가운데, 드디어 영국의 식물학자 필립 밀러가 1759년 네덜란드 정원에서 일할 때 남비 칠레의 야생 딸기의 수술과 북미 버지니아 야생 딸기의 암술을 교배시켜 새로운 종자를 얻는 데 성공한다. 이 종자에서는 작은 달걀 크기의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가 열렸는데 게다가 식용도 가능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먹는 재배용 딸기의 원조다. 야생 딸기에서 현재 딸기로의 발전은 두 종자의 교배, 후손의 후배, 그리고 원 품종과 후속 품종의 재교배 등 오랜 과정을 거쳐서 이뤄졌다. 대량으로 재배를 시작한 것은 1806년 전후다. 자연에서 자라는 산딸기가 아닌 재배해서 먹는 딸기의 역사가 기껏해야 200년 남짓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나라별로 달라지는 딸기 이름의 의미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각각 다른 만큼, 언어별 딸기의 어원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먼저 영어 스트로베리다. 어원사전에서는 밀짚, 볏짚을 뜻하는 스트로와 열매인 베리가 합쳐진 단어라고 나온다. 먼저 베리의 어원이다. 영어에는 스트로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베리가 들어가는 과일 이름이 꽤 많다. 고대 영어에서 베리는 주로 포도를 뜻하는 단어였다. 원래는 한 송이에 여러 열매가 집합을 이뤄 주렁주렁 달리는 그런 열매를 일컫는다. 또한 스트로는 지푸라기, 그러니까 곡식이 달린 줄기라는 뜻이지만, 고대 영어에서는 추수한 곡식을 마당에 펼쳐놓는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스트로베리는 들판에 널리 펼쳐져 자라는 송이가 다닥다닥 달린 열매에서 비롯됐다. 독일어로는 딸기가 에르트베레다. 에르트는 땅, 베레는 베리니 땅에 깔린 풀에서 맺는 열매라는 의미다. 야생 딸기는 크게 두 종류다. 나무에서 자라는 산딸기와 풀에서 자라는 들딸기인데, 영어와 독일어 이름에는 나무딸기와 구분되는 들딸기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프랑스어로 프레즈, 스페인어 프레사, 이탈리아어는 프라골라다. 모두 라틴어 프라가에서 비롯됐다. 로마인들이 딸기를 부른 말인 프라가는 향기롭다는 뜻이다. 또 다른 어원설도 있다. 프라가의 어원이 임신하다는 뜻의 라틴어 프라굼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씨앗을 품은 딸기 모습이 마치 아이를 잉태한 엄마의 모습을 연상시켰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