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가 바꾼 이름
많은 사람들이 키위를 뉴질랜드 과일로 알고 있다. 일단 키위라는 이름도 그렇고 최대 생산국도 뉴질랜드이다 보니, 그 연장선에서 원산지 또한 뉴질랜드일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키위의 원산지는 아시아다. 중국에서 종자를 가져와 뉴질랜드에서 재배해 세계로 퍼트렸지만 원래는 아시아 과일이었다. 키위는 원래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등 아시아의 산간지역에서 저절로 자라는 야생 과일이었다. 중국에서는 미후도라고 불렀다. 미후는 원숭이를 일컫는 한자다. 도는 복숭아이지만 동양에서는 특별히 따로 이름이 없을 때는 복숭아 도자를 붙여서 이름을 지었다. 그러니까 미후도는 원숭이 복숭아, 즉 원숭이가 즐겨 먹는 열매라는 뜻이다. 키위는 이름이 많았다. 우리말에서는 다래라고 했고, 등나무처럼 자라는 배 닮은 과일이라는 뜻에서 등리라고도 했다. 연도라고도 했는데 부드럽다는 뜻으로 지금의 키위처럼 속이 말랑말랑한 열매라는 뜻이다. 이렇듯 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것을 보니 광범위한 지역에서 폭넓게 자랐던 열매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자라던 다래가 뉴질랜드로 건너간 것은 1906년이다. 뉴질랜드 왕가누이 여대의 학장이었던 메리 프레이저 여사가 후베이성 이창에 왔을 때, 그녀는 뉴질랜드에서 보지 못했던 낯선 열매인 다래를 보고는 신기해했다. 이에 귀국할 때 종자를 얻어 학교 부근의 농가에 전해 심게 했고, 이로부터 4년 후 다래가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다. 낯설고 새로운 과일의 인기가 점차 높아졌는지 재배를 점차 늘려갔는데 때마침 이때 제2차 세계대전 일어난다. 농장 주변에 미군이 주둔하게 되는데, 미군들은 고향에서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과일 맛에 푹 빠졌다. 전쟁이 끝난 후 귀국한 후에도 뉴질랜드의 새콤달콤한 과일을 찾기 시작했고, 미국과 영국에서 시장이 생기자 뉴질랜드 농장에서는 차이니즈 구스베리를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미국 과일 수입업자가 중국과 관련 있는 과일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과일 이름을 바꾸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작고 맛있는 멜론이라는 뜻에서 '멜로네트'라고 작명한 후 국제 과일시장에 선을 보였다. 그런데 미국 정부기관 쪽에서 새로운 이름에 이의를 제기하며 하루속히 이름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멜로네트로 수입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이유였는데, 당시 미국에서 멜론 종류의 과일은 관세가 높았기 때문이다. 높은 관세를 피하려면 멜론과 연관 있는 이름은 피해야 했는데, 이때 나온 이름이 키위이다.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키위 새처럼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과일이라는 듯이다. 우리 과일 다래, 중국 과일 미후도가 차이니즈 구스베리에서 영어 키위로 바뀌 된 사연이다. 냉전에 따른 대립이 과일 이름에까지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잊혀진 과일 다래 이야기
키위의 모체가 된 토종 다래는 한국인에게 거의 잊혀진 과일이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로 시작되는 교과서 속 고려가요와 이름으로만 기억될 뿐, 먹어보기는커녕 실물을 본 사람조차도 드물다. 옛날에는 다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시골 아이들이 놀다가 심심풀이로 따먹는 산과 들의 열매 정도가 아니라, 처음 수입 과일로 들어온 키위 이상으로 귀하게 대접받는 과일이었다. 오히려 임금의 입맛을 자극하고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는 과일이었으며 몸이 불편할 때 기력을 회복하려고 먹는 그런 열매였다. 조선 후기가 시작될 무렵인 인조 때의 장유가 다래를 소재로 시를 한 수였다. 다래를 신선이 사는 세계에서 3,000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그래서 손오공이 훔쳐 먹었다가 원숭이가 돼 인간세계로 쫓겨났다는 반도 복수아와 비교한 것인데, 망가진 폐가 나을 정도로 약효가 있는 과일로 여겼다. 명나라 때 의학서에도 형체는 배를 닮았고 색깔은 복숭아와 비슷하며 맛은 시고 달고 차가워 갈증을 풀고 열을 내려준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조선 최고의 폭군 연산군도 다래를 꽤나 좋아했던 모양이다. 세상의 진귀한 음식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고 탐닉했던 연산군이었기에 다래에 대해서도 가지와 덩굴이 달린 채로 올려 보내라고 명했다고 한다. 임금이 이렇게 다래를 좋아하다 보니 아래에서는 다래 구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이는 수정과 때문이었다. 지금은 수정과를 대부분 곶감으로 만들지만 예전에는 곶감뿐만 아니라 유자와 다래로도 만들었다. 임금이 계절에 따라 마시는 궁중 음료 중에서도 여름에는 제호탕, 겨울에는 수정과를 음료수의 백미로 꼽았으니, 예전에는 수정과가 제왕의 음료였던 것이다. 이랬던 토종 다래가 지금은 역수입된 키위에 밀려 잊혀진 과일, 추억의 열매가 됐으니 과일의 일생 또한 무상하다.
키위는 원래 뉴질랜드가 아니라 중국이 원산지다
많은 사람들이 키위를 뉴질랜드의 대표 과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키위의 원산지는 중국 남부이다. 키위는 원래 '차이니즈 구스베리'라고 불렸으며, 중국에서는 수천 년 동안 야생에서 자라던 과일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뉴질랜드의 한 교사가 중국에서 키위 씨앗을 가져가면서 본격적인 개량과 재배가 시작되었다. 뉴질랜드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키위는 빠르게 성장했고, 기존 중국 키위보다 더 크고 달콤한 품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뉴질랜드 과일 수출업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더 잘 팔리도록 '키위'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뉴질랜드의 상징적인 새인 '키위새'와 과일 모습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렇게해서 중국에서 유래한 키위가 뉴질랜드의 대표 과일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키위'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키위는 변비 해결에 효과적인 '천연 장 청소부'다
키위는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변비를 해결하는 데 탁월한 과일로, 장 건강에 중요한 식이섬유와 천연 소화 효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특히 키위에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수용성 식이섬유가 함께 포함되어 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키위에 '소르비톨'이라는 천연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장 내 수분을 유지하여 변을 부드럽게 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키위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배변 활동이 훨씬 원활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아침에 키위를 한두 개 먹으면 장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어 배변을 쉽게 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소화 장애를 줄이고 속이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이유로 키위는 '천연 장 청소부'로 불리며, 변비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 건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과일로 추천되고 있다.